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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비정규직과 실업노동자들을 관리하는
정부의 역할을 대행하려 합니까?


- "고용안정센터 사업과 관련한 고용보험 및 국가예산 확보에 관한 건"은 반드시 부결되어야 합니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제5호 의안의 내용을 보면, 고용안정센터를 비정규 노동자의 취업알선·교육훈련 등 고용안정 지원 역할로 전환하고, 그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고용보험과 국가예산을 민주노총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입니다. 그 기금을 활용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보장과 고용안정을 위한 활동, 불안정노동자들에 대한 직업소개와 훈련, 상담, 각종 서비스 등의 사업을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비정규직 실업노동자를 조직하며 고용을 안정시키기는커녕,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실업노동자에 대한 관리를 대행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반드시 부결되어야 합니다.

실업노동자 조직화에 실패했던 지난 4년의 경험을 되새겨야 합니다.

노동자 민중의 주머니를 털어 기금을 만들고, 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가 세워졌을 때 민주노총이 고용안정센타를 세워 여기에 참여했던 목적은 '실업노동자 조직화'였습니다. 그러나 민주노총에서 조직한 실업노동자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실업에 저항하는 투쟁이 만들어지기는 했습니까? 그 결과로 노동의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고, 실업노동자들은 실망실업자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거나 조직되지 못한 채 노숙자가 되어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민주노총이 열심히 했으나 투쟁의 힘이 부족해서 생긴 현상이 아니었습니다. 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의 사업에서 실업자들은 처음부터 시혜와 동정의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실업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서보다는, 그리고 실업의 원인을 없애기보다는 당장의 실업률을 낮추고 죽어나가는 것을 잠시 멈추게 하는 것에만 사업이 머물러 있었던 것입니다. 그 안에 있었던 민주노총 역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실업에 반대하는 투쟁을 조직하지도 못했고, 오히려 민주노총의 고용안정센터를 유지하기 위해 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에서 요구하는 방식으로만 사업을 만들어왔던 것입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관리되는 기금은 철저하게 정부에 복속됩니다.

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의 기금도 근로복지공단에서 관리해왔습니다. 그래서 실업자 단체들이 실업노동자 조직화를 하기 위한 계획을 낼 때마다 그것을 거절하고 단지 지원 사업으로만 한정하도록 유도해왔습니다. 그런데 고용보험은 그것보다도 훨씬 강제력이 강합니다. 다시 말해 근로복지공단의 철저한 관리 하에서 기금이 사용되고 그 시행 목적에 맞을 때에만 돈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권은 '노동하지 않으면 복지도 없다'는 '참여복지'를 내세우면서 불안정하고 노동조건도 형편없는 일자리에 실업노동자들을 내몹니다. 이곳에 가지 않으면 복지도 없다고 으름장을 놓기 때문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은 고용보험이 이런 정부의 지침에 따라 운영되도록 강제합니다.
또한 근로복지공단은 철저하게 성과중심의 평가를 합니다. 상담 건수나 취업을 시킨 건수에 따라 실적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예산을 배정합니다. 그래서 산하 기관들은 실적을 포장하기 위해 불안정한 일자리에라도 취업을 시키거나 상담 건수를 늘리거나 하게 됩니다. 민주노총에서 이야기하는 조직화와 고용안정이라는 취지와 기금의 사용의도가 얼마나 일치할지도 알 수 없거니와 설령 취지에 맞게 기금을 사용하려고 노력하더라도 근로복지공단의 관리 하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비정규직 실업노동자들을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게 될 것입니다.

정부의 기금을 받아서 고용안정센터를 운영하는데 어떻게 비정규직과 실업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사업을 할 수 있습니까? 직업소개를 한다고 하는데, 민주노총이 나서서 안정적이고 떳떳한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이상 불안정한 일자리에 노동자들을 소개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을 '고용안정'을 위한 활동이라고 말할 것입니까? '일자리창출 사회협약'과 같은 노사정 대타협의 산물이 결국 정규직이어야 할 일자리를 불안정하게 만들어서 그 일자리에 노동자들이 취업하게 만드는 기만극이었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고용안정'이라는 이름으로 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산하고 그곳에 노동자들을 밀어 넣는 짓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또 직업훈련을 한다고 말합니다. 과연 숙련의 부족이 불안정한 일자리를 낳는 것입니까? 설령 숙련을 통해 일자리를 구한다 하더라도 그동안 정부 기금으로 직업훈련을 받고 IT영역에 취업했던 노동자들은 얼마나 극심한 고용불안과 저임금과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기억합시다. 결국 실업자 대책의 일환으로 IT 산업을 부풀려서 일시적으로 실업률을 낮추고, IT 산업에 노동자들을 마구 인입시켜서 저임금노동자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대책이었음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러므로 직업훈련이라는 것도 결국 정권의 불안정노동 양성 방안에 휘둘리는 것입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 실업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정부의 역할을 대행하려 들지 말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직업훈련과 취업알선 등 민주노총이 정부의 역할을 대행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돈이 필요해도 그것만은 안 됩니다. 혹시 지금까지의 실업노동자 조직화에 대한 전면적 비판과 반성 없이, 지금 만들어져 있는 실업단체들의 예산을 확보해서 그것을 유지하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설령 그것이 아니더라도 민주노총이 고용보험을 받으면 정부가 하는 것과는 뭔가 다른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맙시다.
정말로 민주노총이 해야 할 일은 실업노동자에 대한 실질적 조직화와 노동의 불안정화에 맞서는 투쟁을 조직하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실업노동자들은 시혜의 대상이 아닙니다. 이들은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를 빼앗기고 있는 노동자들일 뿐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비정규직 실업노동자 조직화를 통해 당당하게 정권과 자본에 맞서 안정적이고 떳떳한 일자리를 내놓도록 요구하고 투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실업운동에 대해 반성적으로 평가하고 조직화를 위한 전면적인 사업계획을 제출해야 합니다. 실업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는 민주노총이 실업에 맞선 투쟁, 안정적이고 떳떳한 일자리를 위한 투쟁을 조직하겠다는 결의를 밝힐 때 가능한 것입니다.

대의원동지 여러분!

기아자동차 채용 비리 사태 이후 누구나 민주노조운동을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혁신하지 않으면 민주노총은 결코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의 희망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혁신은 도대체 어디로부터 어떻게 시작됩니까? 고용보험과 정부의 기금을 받아 비정규직과 실업노동자들의 관리를 대행하는 역할을 하면서 과연 혁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까? 부디 혁신을 말하려거든 이 안건을 부결시켜 주십시오. 이 결정이 자칫 투쟁하려고 하는 수많은 불안정노동자들의 의지를 꺾고 민주노총이 투쟁하는 동지들과 함께 권리를 획득하는 길에 나서는 것을 철저하게 가로막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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