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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과 평의회 - 그람시

현장연대 2003.11.29 17:14 조회 수 : 1060 추천:43

노동조합과 평의회
                                         Antonio Gramsci


노동자와 농민대중의 열망을 표현하는 것을 자신의 역할로 삼고 있는 프롤레타리아 조직은, 노동연맹(Confederation of Labour)의 지도부로부터, 민주적 의회 국가가 헛되이 헤매고 있는 위기와 그 특성이 비슷한 입헌적(constitutional) 위기를 겪고 있다. 두 경우 모두, 위기는 권력과 지배의 문제이다. 하나의 위기에 대한 해결책은 다른 하나에 대한 해결책이 될 것인데, 왜냐하면 일단 자신의 계급조직의 영역에서 권력의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 노동 대중은 자기 자신의 국가의 유기적인 골격을 창조하고 의회 국가에 성공적으로 도전하여 이를 전복할 수 있는 입장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조직이 결국 자체의 법칙, 즉 혁명적 계급으로서의 역사적 임무에 대한 의식을 획득한 대중에게는 매우 낯선 조직 구조와 복잡한 작동 메카니즘에 의해 지배되는 법칙에 복종해야 하는 그런 거대한 기구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들은 현존하는 제도적 관료제에 의해서는 결코 그들의 권력의지가 어떤 명확하고 확실한 방식으로도 발현되지 않음을 깨닫는다. 심지어 자신의 영역, 그토록 고통스런 노력과 끈기를 가지고 피와 눈물로 굳혀 왔던 자신의 본거지에서조차 이들은 기술에 의해 인간성이 말살되고, 관료제가 창조적 정신을 고사시키며, 진부하고 입바른 딜레탕티즘이 산업 생산의 필요에 대한 정확한 관점이 완벽한 부재와 프롤레타리아 대중의 심성에 대한 완벽한 이해 결여를 은폐하려고 헛되이 노력하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 노동자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들은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 개인의 언어와 의지는 노동조합 기구의 관료제 구조에 내재한 철칙에 비교하면 정말 보잘것없는 것이다.
조직의 리더는 널리 인지되고 있는 이 근본적인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급이 근본적이고 진정한 역사적 구조와 양립하는 형태로 조직되지 않고, 계급의 실제 역사발전 과정을 지배하는 내적 법칙에 따라 항상 수정되는 배열(configuration) 속에 통합되지 않는다는 것이 점점 더 명확해질수록, 지도자들은 점점 더 자신들의 맹목을 완고하게 고집하고, 점점 더 순수한 ‘법적’ 방식으로 갈등과 불만을 해결하려 든다.
구제 불가능한 관료들인 이들은, 단지 공허한 수사학적 호소와 왁자지껄한 야단법석에 의해 집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슬로건과 고무적인 연설이, 작업장의 실제 경험에서 발전한 심리학에 뿌리를 둔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조건을 바꿀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금 이들은 ‘시대의 도전에 대처’하려 하고 있으며, ‘거침없는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고 있고, 노동조합과 소비에트가 얼마나 유사하며, 현존하는 노동조합 조직체제가 공산주의 사회의 틀, 즉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구체적 형태를 취할 배경이 되는 세력간 체제를 이미 얼마나 구성하고 있는지를 반복하면서 이미 낡아빠진 생디칼리즘의 모든 이데올로기적 상투어를 다시 꺼내 먼지를 털고 있다.
현재 서유럽 국가에 존재하는 형태의 노동조합은 소비에트와는 매우 다른 종류의 조직이다. 소비에트는 러시아 공산주의 공화국 안에서 유례없는 거대한 기세로 발전하고 있는 노동조합과도 매우 다르다.
직업별 조합, 노동회관(Camerce del Lavoro), 산업별 연맹, 그리고 노동총연맹(Confederazione Generale del Lavoro), 이 모두는 자본에 의해 지배받는 역사적 시기에 존재하는 특수한 프롤레타리아 조직 유형을 대표한다. 어떤 의미에서, 이런 류의 제도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요소이며, 사적 소유 체제 안에서만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개인들이 재화의 소유 정도와 재산을 교환하는 정도에 의해 가치평가 되는 현재의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동안, 노동자들 역시 일반적인 필연성의 철칙을 따르도록 강요받아 왔으며,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상품, 즉 그들의 노동력과 직업적 숙련의 거래자가 되어 왔다. 그들이 경쟁의 위험에 노출됨에 따라, 노동자들은 그들의 상품을 보다 크고 포괄적인 ‘기업’에 집중시키고 이 거대한 우시장(牛市場), 즉 노동 집중을 위한 기구를 창조해 냈다. 그들은 임금과 노동시간을 부여하고, 시장을 훈육시켰다. 그들은 시장 상황에 숙달되고 계약서를 작성하며 상업적 위험을 평가하는, 그리고 경제적으로 이익이 될 만한 계획을 발의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사고방식을 훈련받은 충성스러운 행정요원들을 외부로부터 고용하거나 혹은 내부로부터 만들어 냈다. 노동조합의 본질적 속성은 경쟁적인 것이지 고안주의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의 급진적 혁신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전반적인 산업문제에 관한 기술적 전문가나 숙련된 관료를 프롤레타리아 운동에 제공해 주는 것뿐이다. 그것은 프롤레타리아 개인들을 선발할 시야를 제공하지 못한다. 공산주의 사회에서의 진보의 리듬, 생명의 약동(elan vital)을 체현할 간부는 노동조합 운동에서 배출되지 않을 것이다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임금노동자의 조직, 자본의 노예의 조직이 아니라 생산자의 활동과 맞물려 돌아가는 조직 유형에서만 가능하다. 공장평의회는 이런 종류의 조직의 핵이다. 집단을 위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생산물에 대해 각각의 개인과 각각의 노동이 기여한 정도에 따라, 모든 종류의 노동은 평의회 안에서 대표성을 부여받는다. 이것은 평의회가 계급 제도이며, 사회 제도임을 의미한다. 그것의 존재이유는 노동과 산업 생산―노동 분업과 임금같이 일시적이고 결국 우리가 극복하기 위해 분투해야 하는 그런 것들이 아닌 영원한 것―에 있다.
이러한 이유로 평의회는 노동계급의 통일을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전체 사회조직 속에서 대중이 취하고 있는 응집력과 형태를 반영하는 어떤 응집력과 형태를 대중에게 부여할 수 있다.
공장평의회는 프롤레타리아 국가를 위한 모델이다. 프롤레타리아 국가조직에 고유한 모든 문제는 또한 평의회 조직에도 고유한 것이다. 평의회와 국가 모두에서, 시민의 개념은 동지의 개념으로 대체된다. 효율적이고 유용한 생산을 위한 협동의 경험은 노동자들 간의 연대를 발전시키고 현존하는 동지애와 애정의 관계를 강화시킨다. 모든 사람은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며, 모든 사람은 적당한 자리를 차지하고, 모든 사람은 지위와 역할을 갖는다. 가장 무시당하고, 가장 소박한 노동자라 할지라도, 가장 자만심이 강하고 가장 ‘시민적인’ 기술자라 할지라도, 공장조직의 경험을 통해 결국 이 진실을 깨달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결국 공산주의 의식을 획득하여, 자본주의 경제에 비하여 공산주의 경제가 얼마나 거대한 전진을 보여주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평의회는, 프롤레타리아가 노동 공동체 속에서 경험한 생생하고 풍부한 경험으로부터 추출해 낸 새로운 사회정신의 촉진에, 그리고 상호 교육에 가장 적절한 기관이다. 노동조합에서 노동자 연대의 정신은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고통과 희생에 대항하는 투쟁 속에서 발전된다. 평의회에서 연대는 긍정적이고 지속적인 것이 된다. 그것은 산업생산의 가장 하찮은 계기 속에서조차 명백하다. 그것은 유기적 총체, 즉 사회적 부의 사심 없는 생산과 유용한 노동을 통해 주권을 확인하고 역사를 주조해 나갈 자유와 힘을 실현하는 동질적이고 탄탄한 체제를 형성한다는 거에 대한 즐거운 깨달음 속에서 표현된다.
그러한 조직 ― 노동계급이 통일적이고 생산적인 계급으로 구조화되는 조직, 덕망 있는 간부와 개인들이 저절로 자연스럽게 싹트는 조직 ―의 존재는 노동조합의 구성에서, 그리고 노동조합 활동에 생기를 불어넣는 정신과 관련하여 근본적이고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노동조합과 마찬가지로, 공장평의회는 노동자들이 종사하는 서로 분리된 작업에 따라 조직된다. 각 작업장 부분(section),마다 노동자들은 작업조(crew)로 나뉘어 지고, 각 작업조는 (직무에 따라 나뉘어 진) 하나의 작업 단위(職場, work unit)를 구성한다. 평의회는 현장에서 직업별, 작업조별로 노동자들이 선출한 대의원들로 구성된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개인들에 기반하고 있는 데 반해, 평의회는 산업 과정의 규율 속에 실현돼 있는, 직업 전반의 유기적이고 구체적인 단위에 기반 한다. 작업조(개별 직종)는 자기 자신이 동직적인 노동계급 속에서 독특한 실체가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동시에, 그것은 자신이 생산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엄밀하고 정확한 역할을 수행하는 규율과 질서의 체제로 통합됨을 깨닫는다.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이해와 관련되는 한, 하나의 직업은 계급의 구성 부분이며, 그것과 함께 존재한다. 계급의 여타 부분과 구별되는 지점은 기술적 이해(利害), 즉 그 직업이 작업하면서 사용하는 특수한 도구의 발전이라는 문제에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생산의 완성, 부의 사회적 획득과 분배라는 그 일반적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모든 다양한 산업들은 동질적이고 통일적이다. 하지만 기술 조직과 특수한 활동이라는 지점에서는 각각의 산업이 자신만의 특수한 이해를 가지고 있다.
평의회의 존재는 노동자들에게 생산에 대한 직접적 책임감을 부여한다. 이는 그들로 하여금 노동하는 방식을 개선하도록 고무한다. 이는 의식적이고 자발적인 원칙을 도입시키고, 역사의 생산자, 역사의 창조자라는 심성을 만들어 낸다. 그런 연후에 노동자들은 이 새로운 의식을 노동조합에 이식시키고, 이에 따라 노동조합은 계급투쟁의 단순한 활동을 넘어, 경제적 삶과 노동의 기술적 현실을 재구성하는, 그리고 공산주의 사회에 어울리는 경제적 삶의 형태와 노동의 실천을 창조해 내는 근본적인 임무에 자신을 헌신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상의 노동자들로 이루어진 노동조합과 최고의 의식을 가지고 있는 노동자들은 계급투쟁의 최상의 순간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성립시킬 수 있다. 이들은 계급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 그리고 결코 다시 태어나지 않게 되는 객관적 조건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이 러시아에서 지금 산업별 노동조합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하나의 기관이 되었는데, 그 속에서 해당 산업의 모든 개별 기업은 서로 함께 연결․접합되어 하나의 위대한 산업이라는 실체를 형성한다. 소모적인 경쟁은 철폐되고 행정과 공급, 분배 그리고 저장의 주된 업무는 거대한 센터들로 통합되고 있다. 작업 시스템과 제조 비결, 새로운 응용은 즉각적으로 산업의 모든 개인들의 공동의 재산이 된다. 개별기업과 사적소유 관계의 특징인 훈육적 기능과 다양한 관료제는 엄격하게 산업적인 필요에 의해 요구되는 수준으로 감소된다. 러시아 섬유산업에 적용된 이러한 노조 원리는 관료진을 10만에서 3천5백으로 감소시킬 수 있었다.
공장을 기본 단위로 삼는 조직은 계급(전체 계급)을, 전적으로 산업과정에 적합하며 그 과정을 지배하고 일단 지배하면 영원히 지배할 수 있는 응집되고 동질적인 실체로 통일시킬 것이다. 프롤레타리아 독재, 즉 전 사회구조에 걸쳐, 그리고 정치적 상부구조내에 존재하는 계급지배를 타파할 공산주의 국가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공장 조직 내부에서다.
직업별 노조(trade unions)와 산업별 노조(industrial unions)는 위대한 프롤레타리아의 육중한 몸뚱아리에서 척추를 이룬다. 이것들은 개인적이고 지역적인 경험을 주조하고, 그 경험을 보다 광범위한 총체로 모아 내며, 노동조건과 생산조건의 전국적 향상이라는 이상을 실현한다. 이는 앞으로 건설되어야만 할 공산주의적 평등의 기초가 된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이런 식의 긍정적인 계급 지향과 공산주의 지향 속에서 운동을 시작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노동자들은 평의회 체제의 공고화와 확장을 위해, 그리고 노동계급을 하나의 유기적 통일체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정력과 헌신을 투여해야 한다. 공산주의 독재의 모든 상부구조와 공산주의 경제가 솟아나고 발전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동질적이고 통일된 토대 위해서다.


<오르디네 누오보>, 1919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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