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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철교수의 사회주의정치연합 제안글

현장연대 2002.12.26 04:24 조회 수 : 921 추천:32

사회주의정치의 실현을 위하여

                                                       오세철
                                                        
                                             現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現 (가칭)사회주의정치연합 준비모임 회원
                                                   現 전국 투쟁연대 대표

1. 글머리에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라는 담론이 회자 된지는 십 수년이 되었다.
“정치세력화”라는 개념은 사회주의운동에서 정식화되어 정의되지도 않았고
그 당시의 보수정치추종주의(이른바 비판적 지지)로 표상화 되었던 부르주아정
치의 경향성에 대한 대립물로 “독자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정치세력화라
는 조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를 민중후보전술로 협소하게 이해하는 사람
으로부터 총체적 계급투쟁으로 보아야 한다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해석의 편차
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 이후 노동자정치, 민중정치, 노동자계급정치로의
개념화가 있었으며 이제는 “사회주의정치”라는 보편적 담론으로까지 발전하
기에 이르렀다. 계급투쟁의 정세 속에서 사회주의정치세력이 사용하는 용어가
변화한다는 것은 운동의 주․객관적 조건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물론 (혁명적)사회주의자가 아닌 수정주의자나 민중주의자의 경우에는 명확한
개념규정을 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보위 차원에서 우회적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른바 “변혁적”, “계급적”이라는 수식어는 그 대표적 보기라고
볼 수 있다.
  사회주의 역시 마찬가지이다. 비합법 혁명운동을 지향하는 세력에 의해 사용
되던 “사회주의”라는 용어는 어용노총인 한국노총이 만든 민주사회당의 당
명 속에서도 버젓이 사회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사회주의가 자본주의에서는 수
정주의인 사회민주주의로, 역사적 사회주의에서는 스탈린주의로 변질되었기 때
문에 “사회주의”라는 용어로서 만은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다시 “혁명적”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기타의 사회주의와 구분하기도 한다. 더욱 분명하게 표
현한다면 “혁명적 맑스주의와 혁명적 사회주의적 실천의 변증법적 결합”이라
고 부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세계적 수준에서 그리고 한국의 수준에서 진정
한 의미의 사회주의정치의 실현을 위한 전망과 계획 그리고 실천을 모색해야
할 역사적 책무가 있다. 이는 역사적 평가 위에서 진행되어야 하고 혁명의 전
망 아래에서 구체화되어야 한다.
  
2. 사회주의운동의 역사와 세계혁명의 전망 수준에서

  첫째, 세계사회주의 운동의 역사는 사상투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맑스가 공
상적 사회주의나 프루동주의, 라살레주의, 그리고 잡다한 사회주의와 투쟁했
던 것과 마찬가지로 맑스․엥겔스 이후 세계사회주의운동의 역사는 맑스주의
의 적자를 참칭하는 속류맑스주의나 수정주의와의 투쟁의 역사인 것이다. 하나
는 카우츠키에서 베른슈타인으로 이어지는 수정주의노선인 사회민주주의와의
줄기찬 투쟁의 흐름이다. 파리코뮨의 실패 이후 지속된 유럽에서의 수정주의
는 한 축으로는 개량화되고 관료화된 사회민주당과 혁명성이 거세된 노동조합
을 기반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었으며 19세기와 20세기 초 그리고 세계1차대전
을 경과하면서 노동계급의 혁명적 사회주의적 실천을 무력화시키는 자본가계급
의 협력자가 된다. 1918년 독일혁명의 실패 이후 혁명적 사회주의운동은 축소
되면서 험난한 길을 걸어오고 있다. 또 하나는 볼세비끼혁명 이후 유럽혁명에
로의 세계혁명으로 뻗어 나아가지 못하고 일국적 혁명에 그친 소련이 레닌의
국가론과 당관의 한계를 전제로 하면서 스탈린주의로 고착된 이후, 스탈린주의
와의 투쟁의 흐름이다. 자본주의진영과의 사회주의투쟁이라는 역사적 대의를
인정하면서도 혁명적 사회주의전통을 계승하지 못하는 현실 사회주의, 그 이
후 동유럽과 아시아, 남미와 아프리카에 이식된 스탈린주의의 모델은 코민테
른 이후 세계사회주의운동의 비판적 극복의 대상이었다. 또 하나는 역사적으
로 러시아와 남유럽을 중심으로 형성된 바쿠닌주의 등의 무정부주의와의 투쟁
의 흐름이다. 무정부주의는 사회민주주의나 스탈린주의와 달리 노동계급과 민
중의 창발성과 혁명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혁명적 사회주의운동과는 상대
적으로 친화적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으나 혁명적 맑스주의와는 다른 세계관,
국가관 등을 지니고 있어 사상면에서는 대립적 관계에 놓여 있다.
  두 번째로 사상투쟁의 역사는 사회주의운동 내부에서의 투쟁사이다. 러시아
혁명 이후 볼세비끼 내부에서도 레닌은 중앙파에 속하였으며 좌편향으로는 무
정부주의와 생디칼리즘이, 우편항으로는 사회민주주의 좌파가 자리잡고 있었
다. 이들 세 분파는 정세인식과 전략․전술에서 차이를 보였으며 결국 내부 노
선투쟁의 결과로 혁명적 사회주의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셋째로 위와 같은 사상투쟁의 역사 속에서 우리가 교훈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나는 이른바 ‘정통 맑스주의’에 의해 주창된 자본주의 자
동붕괴론의 오류이다. 자본주의의 내재적 모순법칙에 의해 자본주의는 필연적
으로 붕괴한다는 경제주의는 세계혁명의 실패를 해명하지 못한다. 과잉생산,
과잉축적으로 인한 모순을 끊임없이 극복하는 생산력증진, 노동자의 적대적 대
립을 극복하려는 노동통제 등은 아직까지 자본주의를 살아 숨쉬게 하고 있다.
여기에 동원되는 이데올로기적이고 헤게모니적 통제(보기를 들어 온갖 수정주
의, 제3이데올로기 등)를 통하여 노동계급의 혁명성을 거세하고 체제내화 시키
고 있다. 따라서 노동계급의 혁명적 실천이 결합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는 폐
절될 수 없다. 우리는 그 혁명적 실천도 혁명 이후까지 계속되어야 함을 역사
적 사회주의적 실험을 통하여 인식하였다. 또 하나는 민족주의의 반동성이다.
세계1차대전 때 독일 사회민주당이 전쟁을 반대하는 노동자국제주의를 배반하
고 제국주의전쟁에 참여하는 결정을 한 역사적 과오를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하
고 있다. 반제국주의투쟁이 전세계 노동계급의 단결로서만이 성공할 수 있음
을 세계역사를 통하여 배웠다. 지금도 미국이 민족주의와 종교를 이용하여 노
동계급을 분열시키고 전쟁과 파시즘으로 자본주의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시도
를 목도하고 있다. 또 하나의 세계혁명의 교훈은 일국사회주의론의 오류이다.
세계사회주의혁명의 역사를 보면 혁명의 중심으로 보았던 유럽은 혁명에 실패
하고 자본주의체제가 공고하게 되었고 러시아혁명 이후 후진 자본주의국가들에
서 순차적으로 혁명이 일어났고 제3세계 사회주의국가의 실험은 거의 실패하였
다. 칠레의 경우처럼 선거를 통한 실험 역시 무력으로 진압되었다. 자본주의
바다에 사회주의 섬은 있을 수 없다. 물론 이 말은 모든 국가에서의 동시혁명
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노동자국제주의가 충분히 실현되지 않으면 혁명
은 불가능하다는 말도 아니다. 자본은 처음부터 세계적이었으며 지금의 자본주
의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노동계급을 분열시킨다. 민족으로,
국가로, 성으로, 지역으로, 산업으로, 고용형태별로, 이데올로기로 노동계급
을 갈라놓는다.
  네 번째로 사상투쟁의 역사로서의 혁명적 사회주의운동과 세계혁명의 역사로
부터의 교훈을 종합한다면 21세기에서의 사회주의운동의 과제를 찾아낼 수 있
다. 그것은 바로 신자유주의라는 마지막 단계의 자본주의에서의 노동자국제주
의의 실현은 혁명적 사회주의와 혁명적 맑스주의의 전통의 계승이라는 것이
다. 생산력증진을 위한 잉여가치 창출이 전쟁과 같은 인류의 참상을 통하지 않
고서는 쉽지 않다는 조건, 노동계급을 유혈적으로 억압․착취하지 않고서는 힘
든 조건, 헤게모니적 통제조치도 더 이상 노동계급을 포섭․견인할 수 없다는
사실, 이 모든 것이 21세기 자본주의의 막다름이다. 그러나 아직도 자본은 위
기 속에서도 노동계급의 혁명성을 거세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아직
도 노동계급은 계급성을 탈각하고 자본의 논리에 길들여져 있고 원자화된 객체
로 파편화되고 있다. 아직도 사이비 진보, 사이비 노동자 이데올로기가 친자본
의 본질을 감추고 노동계급을 현혹시키고 있다. 아직도 사회주의운동과 노동운
동은 사상, 조직, 투쟁 모두에서 개량화되고 관료화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혁명의 주체, 역사의 주체인 사회주의운동세력과 노동계급의 역사적 책임
이 중차대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상투쟁이며 혁명적 맑스주의
와 혁명적 사회주의의 복원을 통하여 이를 가로막았고 거세하려했던 수정주의
와 아류를 제압하고 패퇴시켜야 한다.
  다섯 번째, 혁명적 사회주의를 담지할 조직을 건설하고 투쟁을 조직하는 과
업이 두 번째 사회주의자들의 책임이다. 하나는 이념의 결사체인 정치조직을
건설하는 일이다. 그 정치조직은 당이지만 역사적으로 경험했던 수정주의의 당
이 아니며 투쟁하는 노동계급을 대상화했던 스탈린주의 당도 아니다. 투쟁하
는 노동계급과 함께 하는 당, 혁명적 사회주의(맑스주의)당이어야 한다. 우리
는 이러한 정치조직의 맹아적 보기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발견한다. 이러한 당
들은 사회민주주의 정당(그 명칭이 공산당이건 사회당이건 간에)으로부터 분리
되거나 새롭게 결성되었으며 투쟁하는 노동계급과 함께 사회주의정치의 실천
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보편적 흐름에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두
번째로 노동계급의 자주적 조직을 건설하는 일이다. 맑스와 엥겔스는 노동조합
을 혁명적 세력으로 인식했지만 세계노동운동의 역사에서 보면 노동조합은 항
상 수정주의 당과 연결되면서 개량화되고 관료화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
다. 혁명시기이거나 아니거나 간에 노동계급은 자주적 조직으로 결성되고 혁명
운동과 결합되었던 노동자평의회는 사회민주당(스탈린주의 당도 포함)과 노동
조합에 의해 억압되었고 파괴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작업장단위에서 자주적으
로 결성되는 노동자평의회를 건설하는 일은 노동계급의 자주성, 창발성, 혁명
성을 살리는 길이며 진정한 당 건설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는 노동자조직건설
의 길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이러한 혁명적 정치조직과 노동자평의회가 함께
일상적 대중투쟁을 벌여나갈 투쟁체를 건설하는 일이다. 이 투쟁체는 밑으로부
터 건설되며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억압, 착취당하는 모든 사회구성원과 투쟁조
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반세계화투쟁을 위한 세계적 조직, 보기를 들어 WSF
(World Social Forum)를 들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투쟁체 안에는 혁명적 사회
주의자뿐만 아니라 노동계급, 여성, 소수자, 원주민 등의 민중이 모두 포괄될
수 있으나 반신자유주의 전선의 사상과 원칙이 분명해야 하고 그러한 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인터내셔널을 모색해야 한다.

3. 한국사회주의운동의 역사와 전망 수준에서

  신자유주의의 지배관철에 맞서 투쟁하는 세계사회주의운동의 보편적 흐름이
혁명적 맑스주의와 혁명적 사회주의의 복원이며 세계혁명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선강화와 조직건설이라면 노동자국제주의를 지향하는 전세계 사회주의운동세
력의 임무는 바로 그 역사적 책임을 다하는 일이다. 물론 한반도가 처한 정세
적 조건이나 분단구조, 4대 강국의 역학 등이 특수한 정세를 규정하고는 있으
나 신자유주의에로의 세계적 관철은 중국을 자본주의로 역이행시키고 러시아
를 마피아자본주의로 묶어둘 뿐만 아니라 북한을 세계자본주의체제 안으로 편
입시켜 그 생존을 담보로 통합시켜나가는 흐름은 가속화될 것이다. 중국을 어
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는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이는 현실사회주의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맞물려 있다. 자본주의화 되는 과정
에서의 계급투쟁의 질과 속도가 다를 수도 있고 정치권력의 유지를 위한 주체
의 조건도 차이가 날 수 있지만 혁명적 사회주의운동을 향한 보편적 흐름은 지
속될 것이다.
  그러면 한국사회주의 운동의 특수성은 무엇인가. 첫째로 세계사회주의운동
의 이념적 지형과 다르게 민족주의의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세계 역사에서
민족주의가 노동자국제주의를 훼손시키고 사회주의운동을 굴절시켰던 역사, 파
시즘의 역사 등을 철저하게 경험한 유럽은 민족주의를 지극히 반동적 정서로
이해하며 반사회주의적 이데올로기로 규정한다. 그러나 식민지의 역사적 경험
을 오랫동안 지니고 외세의 침략을 무수하게 경험한 국가와 민족은 민족주의적
이고 인종주의적 정서가 뿌리 깊이 박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족해방투쟁에
서 사회주의운동세력은 이러한 민족적 정서를 활용하였으며 민족주의세력과 피
나는 사상투쟁을 벌였다. 일제 식민지하에서의 사회주의운동 역시 그러한 특징
을 지녔으며 해방 이후 분단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북한의 사회주의운동의 역
사 속에서도 그 특색이 드러나고 있다. 이데올로기적 동원이나 주체사상의 출
현 등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경향은 80년대 이후 주체사상을 수용한
한국의 민주화운동세력과 이에 동조하는 민족주의세력의 확대, 그리고 반미운
동을 축으로 투쟁해온 광범위한 대중에게서 드러나고 있다. 이는 계급투쟁보다
는 민족적 대립을, 자본주의체제 반대보다는 국가 반대를 목표로 삼게 만들고
사회주의운동의 심화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회민주
주의 등의 수정주의노선의 뿌리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사회주의사상조차 외
국에서 수입된 짧은 역사이지만 이로부터 이탈한 수정주의노선은 형성될 수 없
는 조건이었고 해방이후 일부 혁신계 운동세력에 의해 주창되다가 한국자본주
의 발전과정 속에서 형성된 노동계급의 투쟁과 더불어 성장한 일부 자생적 사
회주의운동세력이 현실사회주의 몰락을 경험한 90년대 초부터 수정주의노선을
걷기 시작한다. 이들은 유럽(특히 독일)의 진보정당과 산별노조를 모델로 삼
아 한국자본주의의 개량을 희망하였고 몰계급적 시민운동과 연대하면서 사회주
의운동과 대립하고 있다. 유럽의 사회민주주의가 민족주의와 대립하는 것과 달
리 이들은 영향력 있는 민족주의와 연대하면서 실리주의적 개량주의노선을 확
장하고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무정부주의의 전통이 약하다는 점이다. 러시아
나 유럽의 경우 무정부주의는 혁명적 사회주의와 대립하면서도 실천적으로 연
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한국에서는 무정부주의사상과 실천이 모두 취약하
고 전투적 민족주의 경향 정도로 표현될 뿐이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에서의 혁
명적 사회주의운동의 사상투쟁의 대상은 민족주의와 사회민주주의이며 세계적
흐름과 달리 민족주의를 극복하는 과제가 개량주의를 극복하는 것만큼 중요하
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 투쟁은 사회주의운동과 대중운동의 결합에서 나타난 일방적 과잉결
정의 문제이다.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자본주의 발전은 대규모 노동계
급의 형성을 초래하였고 유신정권의 억압 속에서도 잠재적 폭발력을 잉태하고
있었으며 그 시기는 맑스-레닌주의로 학습한 자생적 사회주의자들이 현장에 투
신하여 비합법 정치조직을 결성하고 활동하던 시기이다. 1987년 7, 8, 9 노동
자 대투쟁 이후 본격적으로 민주노조운동이 확립되기까지 10년 동안은 사회주
의 정치운동이 현장을 장악하고 지도하려는 계몽기였고 써클 중심의 비합법활
동을 전개하였기 때문에 정파의 세 확장과 대중조직에 대한 일방적 지도로 편
향되었다. 그리고 10년간은 민주노조운동의 개량화, 관료화되는 과정을 밟으면
서 일부 사회주의운동세력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급속히 개량화 되었고 성장,
발전한 대중운동의 개량화된 지도부와 합작하기 시작하였으며 개량화된 대중운
동과 정치운동이 사회주의운동을 압도하게 되었다. 이른바 대중운동의 과잉결
정이 진행되고 있다. 물론 대중운동과 정치운동을 기계적으로 분리하는 부르주
아정치운동의 모습을 보이면서 대중운동을 정치운동(합법정당)에 복속시키는
경향도 보이지만 대중운동의 정치방침에 목숨을 걸 정도로 사회주의정치세력
은 무력화되었다. 이른바 사회주의세력을 자처하는 분파들은 객관적 투쟁조건
형성의 정세에 힘입어 정파세력의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개량화된 수
정주의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 공허한 투쟁의 언사를 남발하거나 대중
에 대한 실질적 결합력 없이 대중을 남발하거나 내용과 투쟁 없는 사회주의를
부르짖고 있다. 소수의 혁명적 사회주의노동세력은 계급대중과 긴밀히 결합하
고 투쟁하는 실천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투쟁하는 노동계급과 결합하지 못하
는 이른바 좌파는 사상적으로 철저하게 무장되어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실천
적으로도 무능력하다.
  세 번째 특징은 사상적 정파운동이 아닌 가족주의적 종파활동이 고착화된다
는 것이다. 스탈린주의의 세례를 받았거나 현실사회주의 몰락 이후 각종 포스
트담론의 유행에 빠졌으며 레닌주의에 대한 역편향으로 배태된 자율주의 등이
학습되면서 학생운동 정파를 중심으로 한 분파성은 더욱 폐쇄적으로 고착되었
고 경쟁적이고 분파적 정파는 사상적 편향과 가족주의적 종파성으로 고착되었
다. 비합법사회주의운동이 자본과 국가와의 투쟁에서 불가피하게 소규모 정파
운동이 될 수밖에 없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공개적 활동을 하면서도 정파별
조직화로 세력을 확장하고 타 정파에 대하여는 이념적 사상투쟁과 실천적 검증
을 하기보다는 정서적 적대의식에 함몰되어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극
명한 보기는 2002년 대통령선거를 둘러싼 입장과 논쟁점들이다.(이 문제는 다
른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혁명적 맑스주의나 사회주의 입장에서 공개적 활
동을 하고 있는 좌파 운동세력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는 여러 문건에서 잘 보여
주고 있다. 사상이념에 따른 정파의 구분이 아닌 가족주의에 근거한 분파는 파
벌에 불과하며 사회주의운동이 시급히 극복해야 할 주체형성의 과제이다.
  네 번째 특징은 유럽 등의 혁명적 사회주의세력의 공공연한 실천과 달리 우
리는 여전히 분단과 국가보안법 등으로 사회주의운동이 탄압의 대상이 되고 있
다. 지금까지의 조직사건은 북한과 연계된 세력뿐만 아니라 자생적 사회주의운
동세력도 대상이 되었으며 사회주의이념의 공개적 천명과 실천은 탄압으로 이
어져 대부분의 사회주의운동세력은 비합법적 형태로 존재하거나 노동단체나 합
법정당으로의 우회로를 택하거나 또는 부문영역에서의 개별적 활동에 머무르
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사회주의운동 자체는 정치사상의 자유를 쟁취하는
운동이며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대안사회건설의 운동이기 때문에 탄압에 대한
수세적 보위로써만이 아니라 계급대중과 함께 투쟁함으로써 정세를 돌파하는
공세적인 운동이어야 한다. 특히 수정주의노선들이 급속히 체제내화 되는 조건
에서 활용론이나 좌파블럭론으로 안주하는 것은 패배주의에 다름 아니며 사회
주의적 실천을 방기하는 무능력의 표현이기도 하다. 소규모 써클주의를 넘어서
서 대공업적 사회주의세력의 조직화와 투쟁전선 강화가 요구되는 시점에 우리
는 서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사회주의운동의 특수성은 사상이념의 불철저한 투쟁 때문에
잘못 형성된 노선대립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전투적 조합주의의 특성이 강한
현장의 노동계급이 자본과 권력에 대한 비타협적 투쟁의 역사와 경험을 기반으
로 하고 있는 반면 노동조합의 간부들을 포함한 활동가들은 관료화․개량화 되
면서 전투성을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정서의 대립은 사상의 대립이 아니라 활
동의 근거나 방식의 대립으로 왜곡되었고 현장의 생디칼리즘과 상층의 합법개
량주의로 대비되었다. 혁명적 사회주의의 실천은 물론 현장의 전투성과 친화
적 관계를 맺고 있지만 현장투쟁만능주의를 무조건 지지하지도 않는다. 선거전
술에 대한 배타적 태도는 오히려 선거만능주의를 강화시키고 사회주의정치의
폭 넓은 실현을 가로막기도 한다. 따라서 사회주의정치의 올바른 실현을 위하
여 현장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의 구체화된 사회주의정치의 전범을 마련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4. 한국사회주의 정치조직 수준에서

  한국사회주의운동의 역사와 전망 수준에서 보았을 때 그 특수성이 제약조건
이 된다고 하더라도 사회주의정치의 실현을 위한 적극적 실천은 피할 수 없는
사회주의자들의 역사적 과제이다. 그런데 이들 세력의 주체적 조건은 그 실현
을 더디게 하고 있다. 몇 가지를 짚어보자.
  첫째, 맑스주의이론과 실천의 분절화 이다. 80년대의 사회구성체논쟁 이후
맑스주의이론진영 내에서는 역사적 사회주의에 대한 총체적 평가가 이루어지
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맑스주의의 위기와 관련된 각종 담론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어 혼란을 겪었으며 소수의 맑스주의 연구자들은 맑스주의적 실천으로
나아가지 않고 그야말로 이론적 실천에 머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이들 연구자들은 정파적 질서에 갇혀 소속됨으로써 총체적 이론과 실천의 만남
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정치조직에 묶여있다. 혁명적 맑스주의자들의 집단적 실
천이 요구되는 시점에 맑스코뮤날레 라는 연구자조직이 출범하였고 그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비하여 이른바 사회주의활동가라고 자처하는 세
력들은 앞서 언급한대로 가족주의적 종파적 질서에 갇혀 이론과의 만남이 이루
어지지 않고 계급대중과의 결합도 분절되고 있다. 또한 이론의 독자적 영역과
임무를 경시하면서 편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혁명적 사회주의운동의 역사에
서 사상이론을 철저하게 무장되지 않은 혁명적 실천가는 없었으며 현실에 안주
하려는 사회주의관료들과의 투쟁은 항상 그들의 몫이었다. 실천하지 않는 이론
가도 문제이지만 사상이론에 불철저한 실천가도 문제이다. 따라서 혁명적 사회
주의자들의 정치적 결사는 당연한 것이며 그것은 계급정당의 건설일 수밖에 없
다. 그 과정에서 혁명적 맑스주의와 결합하게 되고 이론과 사상의 변증법적 통
일을 이루게 된다.
  두 번째는 종파적 질서의 확대재생산구조의 문제이다. 이미 언급한 대로 대
중운동이 정치운동을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대중운동의 과잉이 지속되고 있고
왜곡된 형태로 수정주의 정치운동이 대중운동을 복속시키려는 현상은 바로 사
회주의세력의 종파성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자칭 사회주의세력으로
자임하는 정파들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일부에서의 가족주의정파이며 이들은
끈질기게 확대재생산 되어 가족주의질서를 강화하고 있다. 대중투쟁의 강화에
힘입어 대중을 자신들의 울타리로 견인하려는 필사적 노력과 함께 대중이라는
시장 속에서 자기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들은 다른 정파에 대해서 적대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 적대적 정서로 스스로를 묶어 세우고 사상투쟁이 아닌 조직
논리나 활동방식의 문제로 정파를 가른다. 이들 세력은 모든 부문과 영역을 자
신들의 틀로 묶으려 하고 가족주의적 인간관계로 조직을 확대한다. 이들의 패
권주의와 엘리트주의는 대중을 대상화시키고 스스로를 고립시켜 써클주의에 머
물게 한다. 혁명적 사회주의세력의 단결과 연대를 깨뜨리고 투쟁하는 계급대중
과의 올바른 만남을 저해한다. 혁명적 사회주의운동의 진전을 위하여 바로 이
러한 종파성은 타파되어야 할 대상이며 사회주의자를 자임하는 자는 스스로
이 질서의 벽과 울타리를 깨뜨리는데 앞장서야 한다. 조직화되어 있건 아니건
간에 혁명적 사회주의운동의 불을 지피려는 모든 사람들은 새로운 각오와 실천
으로 모든 사회주의자들과 단결하고 연대하여 계급정당을 건설하고 노동자평의
회를 건설해 나가는 역사적 장도에 서야한다. (가칭)사회주의정치연합의 문제
의식은 지금까지 언급한 모든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지금부터 시작이라
는 겸허한 자세에서 제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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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수정해 다시 올립니다. 노동자민중회의 2003.01.14 937
33 한국노동운동사 - 일제하에서 현대까지 현장연대 2003.01.04 869
32 [펌]맑스 사상과 철학 노동위원회 2002.12.29 987
31 [펌] 한국경제공화의 새로운 해석 노동위원회 2002.12.29 860
30 [펌]중국맑스주의의 현주소 노동위원회 2002.12.29 870
29 [펌]토리노공장의 평의회 운동 노동위원회 2002.12.29 780
28 [펌]프로레타리아트 독재 노동위원회 2002.12.29 855
27 [펌]국제공산주의 운동사 노동위원회 2002.12.29 805
26 [폄]한국산별노조(전평산별을 중심으로) 노동위원회 2002.12.29 889
25 [펌]현장조직론 노동위원회 2002.12.29 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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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3일 강연회 강수돌 교수 교안입니다. 노동위원회 2002.12.18 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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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트로츠키의 노조투쟁론 현장연대 2002.11.23 994
17 노조관료에 대한 노동해방주의자의 입장 현장연대 2002.11.23 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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